
옛날 옛날, 숲속에 토끼 한 마리가 살았어요. 토끼는 날마다 당근밭에서 맛있는 당근을 캐 먹었어요.
어느 날이었어요. 호랑이가 토끼 앞에 나타났어요.

“으르렁! 토끼야, 내가 너를 잡아먹겠다!”
토끼는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똑똑한 토끼는 금방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호랑이님, 잠깐만요! 저를 잡아먹기 전에 재판을 해야 해요.”

“재판? 그게 뭔데?”
“세 가지 질문을 해서 제가 나쁜지 알아보는 거예요. 만약 제가 나쁘면 잡아먹으세요!”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좋아, 그럼 시작해볼까?”

토끼와 호랑이는 나무 앞으로 갔어요. 큰 소나무가 서 있었어요.
“소나무님, 제가 나쁜가요?”
소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대답했어요.
“아니야, 토끼는 착해. 매일 내 아래서 쉬면서 내 그늘을 좋아해 주잖아.”

호랑이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다음으로 토끼와 호랑이는 시냇물로 갔어요. 반짝반짝 맑은 물이 졸졸졸 흘렀어요.
“시냇물님, 제가 나쁜가요?”
“아니야, 토끼는 착해. 매일 나를 마시면서 깨끗하게 지켜 주잖아.”

호랑이는 점점 궁금해졌어요.
마지막으로 토끼와 호랑이는 당근밭으로 갔어요. 주황색 당근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어요.
“당근님, 제가 나쁜가요?”
그런데 이번엔 달랐어요!
“응, 토끼는 나빠! 매일 우리를 뽑아서 먹어 버려!”

어떻게 됐을까요?
호랑이가 으르렁 소리를 냈어요.
“당근이 그렇다면 토끼는 나쁜 거야! 내가 잡아먹어야겠어!”
그 순간이었어요! 토끼가 재빨리 말했어요.
“호랑이님, 잠깐만요! 당근이 저를 나쁘다고 했죠?”
“그래, 그랬지!”
“그럼 호랑이님이 저를 먹으면, 당근님도 호랑이님을 나쁘다고 할 거예요!”
호랑이는 깜짝 놀랐어요. 토끼 말이 맞았어요!

“그, 그렇구나…”
토끼가 방글방글 웃으며 말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사이좋게 지내요. 제가 호랑이님께 맛있는 당근을 드릴게요!”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알겠어, 토끼야. 너는 정말 똑똑하구나!”
그날부터 토끼와 호랑이는 친구가 되었어요. 토끼는 호랑이에게 당근을 나눠 주었고, 호랑이는 토끼를 지켜 주었어요.
달님이 두 친구를 따뜻하게 비춰 주었어요.
끝.